다차바나 다카시는 책은 소모품이다, 메모하기와 밑줄긋기를 맘껏 하라,고 말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 책이 자신의 소유물일 때만 그렇다.

어제 레포트를 쓰기 위해서 학교 도서관에서 플라톤의 《크라튈로스》를 빌렸는데,


책을 열어보니 이랬다. 책의 곳곳에 이런 식으로 그어진 밑줄이 횡행하고 있었다.

책의 상태를 확인해보고, 이 책을 구입해서 봐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한참 고민했다.

뭘 째째하게 책에 줄좀 그은 것 가지고 그러냐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책에 줄을 긋는 행위가 책의 내용을 바꾼다는 것을 알게된다면

나의 '과민반응'도 좀 이해받을 수 있을 것이다.


아래 박스에 있는 글을 1초정도 눈으로 훑어보자.


따라서 논리와 근거 없는 주장을 정상적인 절차로 관철시키는 것이 쉬울 수 없고 그래서 야당을 배제한 날치기성 통과를 기도한 것이다. 천만다행으로 절차상 잘못이 발생했고, 헌재의 결정에 따라 민주주의 사회를 후퇴시킬 법들에 대해 다시 논의할 수 있는 계기를 만날 가능성이 생겼다. 그런데 이 싹을 헌재가 잘라버린 것이다. 헌재는 이렇게 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미칠 법의 입법절차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루어지도록 유도했어야 한다. 그것이 대법원과 별도로 ‘헌법’재판소를 둔 이유이다. 그런데 헌법재판소가 헌법의 가치를 부정했다. 예로, 대리투표의 숫자를 모두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하나라도 발견되면 더 많은 대리투표가 있었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입법절차를 무효화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헌재는 법적 결론은 내렸지만 법적 정당성이 없는 결론, 즉 결과적으로는 정치적일 수밖에 없는 결론을 내렸다고 보는 것이다.


자 , 그럼 이 글을 다시 한번 훑어보자.

 따라서 논리와 근거 없는 주장을 정상적인 절차로 관철시키는 것이 쉬울 수 없고 그래서 야당을 배제한 날치기성 통과를 기도한 것이다. 천만다행으로 절차상 잘못이 발생했고, 헌재의 결정에 따라 민주주의 사회를 후퇴시킬 법들에 대해 다시 논의할 수 있는 계기를 만날 가능성이 생겼다. 그런데 이 싹을 헌재가 잘라버린 것이다. 헌재는 이렇 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미칠 법의 입법절차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루어지도록 유도했어야 한다. 그것이 대법원과 별도로 ‘헌법’재판소를 둔 이유이다. 그런데 헌법재판소가 헌법의 가치를 부정했다. 예로, 대리투표의 숫자를 모두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하나라도 발견되면 더 많은 대리투표가 있었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입법절차를 무효화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헌재는 법적 결론은 내렸지만 법적 정당성이 없는 결론, 즉 결과적으로는 정치적일 수밖에 없는 결론을 내렸다고 보는 것이다.

   당신의 눈은 아마도 밑줄 친 '잘라버린 것이다. 헌재는 이렇게 사회적으로'에서 한번 멈추었다 다시 내려갔을 것이다. 똑같은 글이고, 밑줄 친 구절은 특별히 독자의 주의를 끌만한 내용이 없는데도 그렇다.

   결국 당신은 위에서 한번 훑었을 때와는 전혀 다른 읽기를 했다. 밑줄이 없는 글은 자유롭게 읽어내려가며 당신의 무의식이 요구하는 방향으로 전체를 검토한 반면, 밑줄이 있는 글은 내가 밑줄을 그은 '잘라버린 것이다. 헌재는 이렇게 사회적으로.' 를 의식하며 읽게 되었다. 즉, 당신은 자기 자신의 방식으로 읽지 못하고, 내가 설정한 방식으로 이 글을 읽게 된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도서관 장서에 줄을 긋는 일은 앞으로 그 책을 읽을 다른 이들에게 자신의 독서를 강요하는 것과 다름없다. 다른 이들이 자기 나름대로의 독서를 할 가능성을 차단하고, 나에게 중요한 것을 다른 이들에게도 중요한 것으로 받아들이게끔 하는 것이다. 백걸음 물러서서, 실용서는 그 혐의를 어느 정도 봐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사유가 창발되는 방향이 무궁무진한 철학서에 줄을 긋는 것은 지적범죄나 다름 없다.

그러니 익명의 범죄자여, 이 범행을 멈춰달라.

베베 꼬인 마음때문에 어쩔 수 없이 꼭 해야겠다면 연필로 해달라. 부탁한다.